그러기 위해 타인과 결합하는 ‘공생적 합일’을 ‘사랑’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프롬은 말한다.’라는 문장을 덧붙인다. 그러나 프롬의 통찰은 이 통설을 뒤집는다. 반면 ‘이론을 알고 실천하는 사랑’을 한 사람은 마치 엄마가 있으나 없으나 혼자서도 곧잘 노는,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나를 사랑하기에 자존감이 높아져 나 자신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이다. 첫 장 ‘사랑은 기술(技術)인가’는 사실 이 책의 전부였다. 이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온전히 개인의 몫이며, 뜻을 더 확실히 드러내는 ‘technology’나 ‘skill’ 같은 단어도 있는데 프롬은 왜 ‘art’를 썼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책을 읽으면서 찾기로 하고, 또 이러한 제목 덕에 언제나 어려운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스리는 명쾌한 해결책을 알려줄 것만 같은 기대를 품으며 첫 장을 펼쳤다.hwp 자료 (압축파일). 발달심리학자 매리 에인즈워스는 영아기 아기를 대상으로 엄마와 일시적으로 분리되는 낯선 상황을 연출한 후 엄마가 돌아왔을 때 아기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따라서 프롬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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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은 후에 이 책을 읽었다. 보통이 프롬의 영향을 많이 받았구나, 싶을 정도로 두 책의 상관이 깊었다. 사랑이 기술이 개념서라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문제풀이집 같은 책이었다. 결국 두 저자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같았다. 사랑의 본질과 오해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좀 더 고차원적인 사랑을 하자는 것. 사랑이라는 감정에 서툴러 때로는 마구 휘둘리기도 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고찰을 하게 하는 책들이었다.
사랑의 기술. 여기서 ‘기술’은 技術일까 記述일까 이 책의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의문이었다. 에리히 프롬이 연애의 ‘밀당’ 기술(技術)을 책으로 펴내지는 않았을 테고, 그렇다면 기술(記述)인가 서점에서 이 책을 꺼내 들었을 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원서의 제목은 the art of loving이었던 것이다. 정답은 技術이기는 했으나, 뜻을 더 확실히 드러내는 ‘technology’나 ‘skill’ 같은 단어도 있는데 프롬은 왜 ‘art’를 썼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책을 읽으면서 찾기로 하고, 또 이러한 제목 덕에 언제나 어려운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스리는 명쾌한 해결책을 알려줄 것만 같은 기대를 품으며 첫 장을 펼쳤다. 그러나 책을 펴자마자 그 기대를 저버리는 한 문장이 있었으니, ‘사랑의 기술(技術)에 대한 편리한 지침(指針)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실망을 느낄 것이다.’라고 프롬은 못 박았다. 그리고 ‘이 책은 개인의 성숙도와는 무관하게 쉽사리 향유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덧붙인다.
첫 장 ‘사랑은 기술(技術)인가’는 사실 이 책의 전부였다. 사랑은 ‘받는’ 문제가 아니라 ‘하는’ 문제이고,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대상’의 문제이며, ‘감정’이 아니라 ‘이성’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자본주의적 사고로 인해 사랑조차도 교환가치에 의해 주고받게 되었다. 자신의 교환 가치를 파악하고 이에 준하는 상대를 ‘시장’에서 찾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성숙한 사랑은 결국 삶을 갉아먹을 위험이 있다. 따라서 ‘삶이 기술이듯이 사랑도 기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프롬은 말한다.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먼저 이론을 습득한 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따라서 프롬은 이 책에서 먼저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이론을 논한 후, 실천을 권한다. 그래서 제목이 ‘사랑의 기술(技術)’이었던 것이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사랑의 이론이 등장한다. 인간은 군중으로부터 또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분리를 체험하면 불안해한다. 따라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이러한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욕구인데, 그러기 위해 타인과 결합하는 ‘공생적 합일’을 ‘사랑’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프롬은 말한다. 연애에 있어서,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과 연애를 해야 한다는 통설이 있다. 그러나 프롬의 통찰은 이 통설을 뒤집는다. 연인이 이처럼 악어와 악어새와 같은 공생적 관계라면, 상대가 없어지면 반쪽짜리 인간이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리 불안’은 심리학 실험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발달심리학자 매리 에인즈워스는 영아기 아기를 대상으로 엄마와 일시적으로 분리되는 낯선 상황을 연출한 후 엄마가 돌아왔을 때 아기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안정 애착’이 형성된 아기는 엄마가 돌아오자 다가가 안기며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불안정 애착’이 형성된 아기는 돌아온 엄마를 회피하거나 울며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애착 이론 실험의 대상은 영아기 아기였으나, 프롬의 말과 연결해보면 사실 모든 연령의 인간에게 확대될 수 있다. ‘공생적 합일을 가장한 사랑’을 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처럼 자신 혹은 상대를 파괴한다. 마치 ‘불안정 애착’이 형성된 아기와 같다. 반면 ‘이론을 알고 실천하는 사랑’을 한 사람은 마치 엄마가 있으나 없으나 혼자서도 곧잘 노는, ‘안정 애착’이 형성된 아기와 같다. 우리가 아기라면, 사랑의 기술을 통해 안정 애착을 형성한 아기로 거듭나야 한다.
아울러 프롬은 사랑의 이론에서 사랑을 형제애(인류애), 모성애, 자기애, 성애, 신에 대한 사랑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속성에 대해 설명한다. 보통 사랑이라 하면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나 남녀 간의 사랑만을 생각하곤 하는데, 이렇게 특성이 다른 다양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각각의 특성을 날카롭게 파헤친 프롬의 통찰이 놀라웠다. 프롬의 분류 결과 이상적인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아낌없이 주는 모성애와 아가페적 사랑이고, 전 인류를 사랑하기에 그 일부인 ‘나’와 ‘너’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이며,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나를 사랑하기에 자존감이 높아져 나 자신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기술’의 습득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렇다면 ‘사랑의 기술’은 어떻게 습득하는가. 프롬은 이론의 실천에 필요한 요소로 단련, 정신 집중, 참을성, 최고의 관심을 꼽는다. 이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온전히 개인의 몫이며, 프롬은 단지 이 네 가지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그리고 프롬 역시도 한평생 이를 실천하려 부단히 노력하는 일생을 살았다.
한편 그의 주장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수많은 한계에 부딪히는 인간이기에 예수님만이 행하실 수 있었던 사랑을 똑같이 행할 수가 없고, 자식 아닌 다른 사람에게 모성애에 준하는 사랑을 아낌없이 주기도 어렵다. 프롬도 자신이 말한 대로 전부 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완벽하게 실천할 수 없다고 하여 시도조차 하지 않겠는가. 시도도 해 보지 않고 지나치게 어렵다고 비판만 할 것인가.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조금은 프롬을 본받는 사랑을 하고자 하는 것, 사랑에 있어서 갈림길에 섰을 때 이 책을 떠올리며 ‘프롬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판단의 척도로 삼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고전의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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