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귀하게 얻은 아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엄청난 특전을 보모님과 일가친척에서 받았다. 어린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엄마 쟤도 늦게 들어가는데 왜 나만 일찍 들어가야 돼?” 라고 그랬더니 어머니는 “쟤는 남자잖아”라고 대답하셨다. 우리 세 자매가 식은 밥을 먹고 있을 때 남동생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이제 막한 윤기가 좌르르르 흐르는 밥을 먹었다. 어머니가 집에서 나오시더니 “여자아이는 해 떨어지기 전에 집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하시며 손목을 잡아끌었다. 내가 잘못한 것도 내 동생이 잘못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zip 박완서 박완서에 대한 글입니다. 아니면 이미 남동생 때와 마찬가지로 체념상태였을 지도 몰랐다. 남동생만을 위한 반찬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그 이유는 내가 살아온 삶이 부정당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였다. 박완서 그러나 성 차별은 어머니의 출산에서 끝나지 않았다. . 나는 그 말을 듣고 어머니 손에 ......
박완서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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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박완서에 대한 글입니다. 박완서
그러나 성 차별은 어머니의 출산에서 끝나지 않았다. 어렵고 어렵게, 그리고 귀하게 얻은 아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엄청난 특전을 보모님과 일가친척에서 받았다. 용돈은 물론 이려니와 일가친척의 귀여움 하다못해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마저도 질과 양이 틀렸다. 남동생만을 위한 반찬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우리 세 자매가 식은 밥을 먹고 있을 때 남동생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이제 막한 윤기가 좌르르르 흐르는 밥을 먹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아 부모님께 대들었었다. 어린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왜 동생만 고추를 달고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특별대우를 받는가?” 그러나 부모님의 대답은 남성우월주의가 정답임에도 불구하고 ‘동생이니까’라고, ‘아직 어리니까’라며 일축하셨다. 내가 조금 자라고 나서야 여성과 남성의 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절망감과 배신감에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상처를 딛고 조금 더 자라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그때 우리 집은 이사를 했고 그 이유로 나는 친구가 없었다. 그때 놀 수 있는 친구라고는 옆집에 살던 남자아이가 다 였다. 그 아이와 함께 신나게 놀다 보니 해 질 무렵이 되었다. 어머니가 집에서 나오시더니 “여자아이는 해 떨어지기 전에 집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하시며 손목을 잡아끌었다. 나는 좀 더 놀고 싶은 마음에 아등바등 대며 반항을 했으나 질질 끌려 들어가면서 소리 쳤다. “엄마 쟤도 늦게 들어가는데 왜 나만 일찍 들어가야 돼?” 라고 그랬더니 어머니는 “쟤는 남자잖아”라고 대답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어머니 손에 붙들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되는 게 참 많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면 이미 남동생 때와 마찬가지로 체념상태였을 지도 몰랐다.
나의 이런 경험 때문인지 몰라도 이 작품은 이 작품의 여성이 느끼는 것처럼 읽기 껄끄러웠다. 그 이유는 내가 살아온 삶이 부정당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였다. 내가 잘못한 것도 내 동생이 잘못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이 작품은 여성의 현실을 철저히 분석하고 비판한 작품이라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내 머리에 뿌리박혀 있는 남아선호사상에 대한 많은 것들을 들추어내 그것들을 산산이 부수어 버리고 새로운 가치관 정립이라는 숙제마저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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