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잔함의 향내가 그윽한 허난설헌을 만나는 살아있는 여행을 만나보고자 한다. 난설헌의 지독했던 삶의 발자국이 남겨진 그 눈길을 밟으며. 8살에 명시를 탄생시킨 난설헌의 삶은 과연 그러했다. 애잔하고도 쓸쓸하게. 그녀는 난설헌이라는 인물의 삶의 조각조각을 촘촘히 엮어나갔다. 서태후와 미실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그녀들의 삶을 읽고 그 기세를 동경해서일까. 이 미어짐 덕분인지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뻐근해져옴을 느꼈다. 궁과 권력이라는 것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 일상 속에서 자신의 삶을 조용히 지켜나가는 난설헌의 삶은 내게 또 다른 무언가를 제공해주기에 충분했다.난설헌을 읽고나서 난설헌을 읽고나서 난설헌을 읽고나서 흐드러지는 꽃잎이 결국은 떨어져 말라가거나 바스러져가고, 이 세상의 끈을 잡고 끈질기게 살아보았으면 어떠했을까. 하지만 이것을 붙잡고 더욱 더 미련을 가지는 나는 무엇인가. 이번 겨울에 상상에만 머물렀던 강원도로 직접 난설헌의 향취를 느끼고자 여행을 떠나보려 ......
난설헌을 읽고나서
난설헌을 읽고나서
난설헌을 읽고나서
흐드러지는 꽃잎이 결국은 떨어져 말라가거나 바스러져가고, 누군가의 품으로 잦아들어 영원토록 애잔함의 한 자락을 차지하듯 그런 삶을 살아낸 한 여인. 허난설헌. 그녀의 일생을 묘사한 작가의 손놀림은 마치 조각보를 하나하나 섬세하게 이어맞춘 듯이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흔한 조선 아녀자의 삶이 그리하였을까. 천재적 문장가의 기질을 타고나고, 사물을 보는 눈 또한 여느 사람의 그것과 달랐듯이 난설헌의 삶은 결코 안온치 못했다. 너무나도 개방적이고 곧고 강직한 기품이 넘치는 집안에서 자란 탓인지, 천재적인 그녀를 받아낼 능력이 없는 그의 무심한 시댁 탓인지 그녀의 삶은 혼인을 통해 완전히 옥죄여져 버린다. 물론 소설임에 허구의 이야기가 가미된 것은 알지만 난설헌의 삶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따라가기엔 가슴이 아픈 부분이 곳곳에서 나의 발목을 잡아왔다. 서태후와 미실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그녀들의 삶을 읽고 그 기세를 동경해서일까. 궁과 권력이라는 것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 일상 속에서 자신의 삶을 조용히 지켜나가는 난설헌의 삶은 내게 또 다른 무언가를 제공해주기에 충분했다. 그 전까지 아름답지만은 않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여인들의 삶을 보고 느끼는 강렬함과 투지가 있었다면, 허난설헌은 꺾어지는 아름다움과 빛을 잃어가는 재능에 대한 안타까움이 서린 묵직함이 있었다. 천재는 요절한다고 했던가. 8살에 명시를 탄생시킨 난설헌의 삶은 과연 그러했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는 죽음이었기에 내 가슴이 더욱 미어졌다. 이 미어짐 덕분인지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뻐근해져옴을 느꼈다. 조선의 여인이었기에 빛나는 재능을 펼치지 못했고, 또한 조선의 여인이었기에 가문에 매여 진정 사랑했던 사람을 얻지 못했다. 또한 그러했기에 무능한 남편과 가혹한 시집살이를 겪었고, 그러했기에 허망하게 아이를 잃었다. 또한 자주 날아드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비보에 결국은 그녀 스스로 이생의 끈을 놓아버렸다. 조금만 더, 더, 이 세상의 끈을 잡고 끈질기게 살아보았으면 어떠했을까. 지나간 사람에 대한 미련은 그 어떤 세상의 미련과도 같을 수 없다지만 조금만 더 살아서 더욱 더 많은 작품을 남겼더라면, 하고 바라는 나의 이 마음은 지나친 욕심일까. 그녀의 가슴 저릿한 삶을 통해서 아픔과 고통이 하나하나 녹아들어 나온 것이 빼어난 시구들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붙잡고 더욱 더 미련을 가지는 나는 무엇인가. 이러한 삶을 마치 진주처럼 만들어 낸 그녀의 이른 부재가 너무나도 아쉽다. 이토록 아릿한 그녀의 삶을 때로는 애달프고 슬프지만 너무 어둡지만은 않게,화려한 듯 하나 소박하게, 때로는 담백하고 정갈하게 아름답게 수놓은 작가 최문희의 필력은 과연 발군이었다. 그녀는 난설헌이라는 인물의 삶의 조각조각을 촘촘히 엮어나갔다. 깔끔하고 꼼꼼하되, 너무 올곧지만은 않게. 이러한 그녀의 손에서 흘러져 나온 문장들은 내 마음 속으로 깊이깊이 들어와 상상의 나래를 충분히 펼 수 있게 이끌어줬다. 책을 읽다가 눈만 감아도 내가 마치 그 곳에 가 있듯이. 이러한 두 여인 덕분일까. 이번 겨울에 상상에만 머물렀던 강원도로 직접 난설헌의 향취를 느끼고자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그 전까지의 여행이 별 의미 없는 휴식의 차원이었다면 이번에는 이 책 한 권을 품에 안고 강릉 초당으로 가서 꺾어졌기에 더욱 애달프고 아름다운, 애잔함의 향내가 그윽한 허난설헌을 만나는 살아있는 여행을 만나보고자 한다. 난설헌의 지독했던 삶의 발자국이 남겨진 그 눈길을 밟으며. 가진 재능이 너무나 많았지만 뜻을 펼치지 못했고, 연모하고 품은 자가 있었지만 끝끝내 품지 못했고, 사랑하는 피붙이마저 잃어버려 더욱 쓸쓸했던, 하지만 그 안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연약하고도 강인한 아름다움을 지녔던 그녀, 허난설헌. 지조 있고 단아한 난초 속에 흐드러지게 자유롭고 눈부신 백일홍을 품은듯한 그녀의 향기가 말라버린 꽃잎이 전해주는 추억의 그리움처럼 코끝을 아련하게 스친다. 애잔하고도 쓸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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